디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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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커피에서 노트북을 하던 중

메가커피 노트북 충전
메가커피에서 노트북, 애플워치 충전을 했다

TREK 직영점에 들러 자전거 정비를 마치고 길을 걷고 있었다. 해가 아스팔트를 녹일 것처럼 침을 쏘아댔다. 열침을 맞지 않기 위해 숨을 곳을 찾았다. 가성비가 좋은 메가커피가 보였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에 2,000원이다. 지금은 컴포즈커피, 메머드 커피 등 더 저렴한 커피체인점이 많이 나와서 가성비가 좋다는 느낌이 사라지고 있지만 애용한다. 이미 하나의 가성비 커피 브랜드로 내 마음속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찾게 된다. 

 

오후 두시 반이었다. 매장에 나혼자였다. 알바로 보이는 남자 점원 한명이 간간이 들어오는 take-out 손님을 받고 있었다. 아무도 없으니 편한 마음으로 구석 자리에 앉았다.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나오고 빨대를 깊게 물고 쭈욱 빨아댕겼다. 어금니가 시렸다. 정수리에 얼음을 올려둔 것 같았다. 땀이 식기 시작했다. 노트북을 꺼냈다. 시간이 나면 노트북으로 글을 짧게라도 써둔다. 

 

그런데 노트북 배터리가 별로 없어서 절전모드로 전환됐다. 동시에 애플워치에서 진동이 울린다. 남은 배터리가 10%다. 어제 저녁에 충전기를 꼽아두고 잤어야 했다. 

 

죄송합니다

메가커피 콘센트메가커피 빈자리
사장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콘센트 윗구멍에는 노트북, 콘센트 아랫구멍에는 애플워치를 꽂았다. 충전도 하고, 글도 쓰고, 땀도 식히고, 음료도 마시고 모든 것이 좋았다. 그때, 문이 열리고 50~60대로 보이는 장년의 남성이 들어왔다. 매장을 둘러보더니 나에게 시선이 꽂힌다. 나에게 말을 건다. 진지하면서도 하소연 하는듯한 목소리다. 

 

"콘센트 이렇게 쓰시면 안돼요. 전기세가 많이 나가서가 아니라 이건 너무하잖아요. 쓰실 거면 구멍 하나만 쓰세요."  

 

나는 바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곧 갈거예요. 죄송합니다." 

 

그러자 사장님은 다시 말한다. 

 

"그러면 미안하지. 하나는 쓰셔도 된다니까?" 

 

나는 순간 뉴스에서 본 카공족, 노트북족, 프린트족이 떠올랐다. 지금 내 모습이 그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콘센트를 꼽고 카페에 앉아 노트북 하는 사람이 좋지 않을 것이다. 매장의 회전율을 떨어트리고, 돈이 되지도 않고, 전기세도 부담될 것이다. 사장님의 입장이 되어보니 내 행동이 부끄러웠다. 어쨌든 피해를 준 것이니 말이다. 

 

충전기를 정리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그리고 생각에 빠졌다. 

 

카공족, 노트북족, 프린트족 , 전기도둑, 캐리어족 

카공족
KBS뉴스 카공족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노트북족은 카페에서 노트북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프린트족은 굉장히 드문 경우인데 카페에서 프린트를 하는 사람이다. 

 

카페에 프린터기를 들고 온 남자프린터기 사용
프린터기를 가져온 손님

솔직히 프린터기는 상상도 못했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카페 사장님들이 고민에 빠지는 것 같다. 이보다 더한 사람도 있다. 캐리어족이다. 캐리어에 노트북, 태블릿, 담요, 거치대, 책을 가져와서 하루종일 앉아서 일 또는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사장님들 입장에서 이들은 악당(빌런)이다. 악당인 동시에 손님인 것이 딜레마다. 미운데 돈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미운데 단골도 있을 것이다. 미운데 단골이 될 손님도 있을 것이다. 손님이 없는 상황에서 악당들은 좋은 손님이 되기도 한다. 

 

카페사장은 카공족을 욕하고, 카공족은 카페사장을 욕한다. 무조건 나쁘다고 욕하는 것은 쉽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건설적인 대책을 논의 해보자. 내 솔루션은 다음과 같다. 

 

1. 카공족, 노트북족, 프린트족, 전기도둑, 캐리어족은 사장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4인석은 사용하지 않는다. 1시간 42분 이상(4,100원 커피 한잔 손익분기점) 카페를 이용하지 않는다. 양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2. 사장님들은 규칙을 만들면 된다. 공간의 주인이 규칙을 정해야 한다. 통제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퇴장조치 할 수 있다. 뷔페도 제한시간을 두고 운영한다. 손님이 없는 경우는 엄격한 통제 대신 유연하게 대처한다. 전기세가 부담된다면 구멍을 다 막으면 된다. 요즘은 Iot를 이용하여 사용 시간을 통제하는 콘센트도 있다. 아니면 전기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운영도 있다. 

 

공부하고 싶으면 공공도서관을 가자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공부를 하고 싶거나 노트북을 하고 싶으면 공공도서관을 가자는 것이다. 조용하고, 쾌적하고, 돈도 들지 않는다. 그래도 카페를 이용해서 공부, 노트북을 하고 싶다면 선을 넘지 말자. 돈을 냈다고 가게 운영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칙을 만들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한다면 얼굴 붉히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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