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방문기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광장시장 맛집이 추천 영상에 떴다. 육회와 빈대떡이 그렇게 맛있다며 추천하는 유튜버의 유혹에 넘어갔다. 집에서 요리를 하기도 귀찮았고, 오랜만에 바깥 바람을 쐬고 싶었다. 여름이 정점에 당도하기 전에 가야할 것 같았다. 이번 여름은 폭염이 강력할 거라고 경고하는 기상학자들이 많다.
사당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로5가로 향했다. 종로5가역은 사람들이 들끓었다. 아마 우리처럼 광장시장을 향하는 사람들이거나 배를 빵빵하게 가득 채우고 돌아오는 사람들일 것이다.
약간은 기대되는 마음, 약간은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시장 음식을 잘못 먹어서 배탈이 나거나, 형편없는 서비스에 실망한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제발 괜찮기를 기도했다.
광장시장 구경
광장시장에 도착했다. 주말이라 문닫은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육회, 빈대떡을 파는 가게들은 대부분 열려있었다.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됐다. 여자친구와 나는 일단 시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결정하자는 결론을 냈고, 구경을 시작했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한 발자국 앞으로 딛고 나가면 앞사람과 부딫히지 않도록 멈춰서야 했다. 우리는 배가 너무 고파서 엑셀을 밟고 앞으로 돌진하고 싶었다. 그러나 충돌하지 않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아야만 했다.
시장 중앙 부근에는 빈대떡 굽는 지글지글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발목을 잡는다. 눈과 귀가 말을 듣지 않는다. 시선 고정, 킁킁 고정이다.
육회와 빈대떡 외에도 패스츄리 피자, 과일쥬스 등을 팔고 있다. 육회, 빈대떡이 싫으면 간식을 사먹어도 좋다.
다행히 관광 명소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가격이 거의 정해져있었다. 육회는 19,000 어딜가도 19,000원이었다. 빈대떡은 5,000원이다.
손칼국수, 쌀보리밥, 만두, 닭강정 같은 메뉴도 있었다. 솔직히 다 먹고 싶었지만... 육회, 빈대떡이라는 목표를 위해 억지로 참았다. 더 이상 구경은 무리였다. 빠르게 육회, 빈대떡을 잘한다고 소문난 집을 찾아갔다.
광장시장 모녀김밥(모녀꼬마마약김밥)
우리는 뱃가죽이 등에 붙은채로 모녀김밥(모녀꼬마마약김밥)으로 들어갔다. 1층은 만석이었기 때문에 2층으로 올라갔다. 메뉴판을 보고 거침없이 육회, 떡볶이김밥 세트, 막사를 선택했다. 세트메뉴를 시키면 떡볶이, 마약김밥, 녹두 빈대떡을 모두 먹을 수 있다. 이것 저것 다 먹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 좋은 메뉴다.
술은 평소 잘 마시지 않지만... 이 날은 메뉴들이 술을 자꾸만 불렀다. 육회, 빈대떡에는 막사다.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메뉴가 나왔다. 육회, 빈대떡, 마약김밥, 떡볶이다.
육회는 온도감이 서늘했다. 신선한 증거다. 가게 들어오면서 봤는데 육회를 소분해서 깔끔하게 냉장보관하고 있었다. 고소한 참기름과 소스가 어우러져 간이 기가막혔다.
녹두 빈대떡은 표면이 까슬까슬하게 잘 튀겨졌고, 속은 촉촉했다. 겉바속촉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마약김밥은 평범한 김밥인데 같이 나오는 겨자소스 때문에 '마약' 이라는 무시무시한 호칭이 붙여진 것 같다. 겨자소스가 김밥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계속 손이 가는 맛이다.
음식들을 남김없이 좋은 곳으로 보내줬다. 35,000원에 육회, 김밥, 떡볶이, 녹두 빈대떡, 막사를 먹었다. 가격이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맛이 좋다. 맛있으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요즘 '말뭐'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곳의 음식 맛을 묻는다면 '말뭐'라고 하겠다.
배가 너무 불러서 산책을 했다. 혜화역까지 걸어가서 마로니에 공원을 갔다.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 좋은 풍경,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집에 돌아가는 길에 노을이 저무는 것을 바라보았다. 죽기 전, 이번 생에서 좋았던 하루를 뽑으라면 이 날을 뽑겠다.
참 감사한 하루다.
※ 모녀꼬마마약김밥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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